신부님 문장1

2026.02.0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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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눈 오는 밤, 다시 시작눈 오는 밤, 다시 시작하는 기도어둠을 덮으려는 듯 함박눈이 조용히 내려옵니다. 마치 하늘이 이 밤을 위해 오래 준비해 두었던 축복을 이제야 풀어놓는 것처럼. 세차게 흔들리던 바람도 스스로를 낮추고 고요 속으로 물러갑니다.인생이라는 험난한 강을 오래 건너온 부부들이 말 대신 눈물을 흘립니다. 젊음은 이미 강 저편으로 흘러갔고, 속마음을 나누지 못한 세월 속에서 ‘부부’라는 말조차 낯설어졌지만, 오늘 함께 흘린 눈물 속에서 우리는 다시 서로를 사랑해야 할 부부로 마주 섭니다.언덕은 꽁꽁 얼어 봄바람이 발길을 늦추지만, 마음 한편은 먼저 녹아내립니다. 멈춘 기관차처럼 대화는 멈춰 있었고, 우리는 서로를 마주하지 못한 채 등만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그러나 오늘, 조심스럽게 시동이 걸립니다.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삶은 다시 움직입니다.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 발을 내딛는 일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 이제야 알게 됩니다.말없이 바라보는 눈빛이 사랑의 전부였던, 남편은 결혼 반세기 세월을 지나 처음으로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을 눈물꽃으로 피워 올립니다.공황으로 뒤척이던 밤들과 아찔한 사고가 남긴 흔적들이 여전히 그의 몸과 마음에 머물러 있지만, 그 깊은 고통마저도 사랑의 고백 앞에서는 사르르 녹아내립니다.무너진 사업, 식탁 위에 놓였던 이혼장. 십 년을 버티게 한 것은 아이들이었고, 끝내 놓지 않았던 작은 기도였습니다. 그 기도는 늦게 도착했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을 품고 마침내 찾아왔습니다.말없이 견뎌 온 날들 앞에서 아내의 참회는 눈물이 되어 흐릅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닦아 주는 남편, 화장지로 조심스레 받아 주는 아내.속마음을 처음 고백하는 이보다 먼저 두 눈에 붉은 동백꽃을 피우고, 뚝욱뚝 꿀송이 떨어지는 부부보다도 앞서 천사의 미소로 먼저 환해지며, 천지의 물빛처럼 맑은 소년의 눈동자를 지닌 그 사제는 이미 말이 필요 없는 행복으로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제목 새해 기원문 우주를 달새해 기원문우주를 달려온 햇빛이오늘 우리의 머리 위로 가득히 내립니다.그 빛 안에서 우리는 오늘이 새롭게 열리고 있음을 느낍니다.우주의 푸른 지구별 위에서 우리는 먼지처럼 작지만,소중한 존재로 불리고 있음을,이미 우리 자신이 하나의 우주임을 기억합니다.이 지구별의 시민으로, 이 나라의 한 사람으로,나는 오늘 겸손히 기원합니다.억울한 눈물이 가슴속에만 갇히지 않는 나라,말하지 못한 슬픔이 울음을 삼키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되게 하소서.작은 이들의 발걸음이 짓밟히지 않는 나라,힘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바람 속에서도 떨리지 않고당당히 울려 퍼지는 나라가 되게 하소서.정의가 숨지 않는 나라,빛을 향해 떳떳이 서 있는 나라,두려움이 아닌 진리로 조용하지만 굳건히 숨 쉬는 나라가 되게 하소서.권한을 맡은 이들이 빛을 품은 책임의 사람이 되게 하시고,법과 제도가 특권이 아니라아픈 이들을 보듬는 정의의 손길이 되게 하소서.세상을 비추는 언론이왜곡이 아니라 사실을,선동이 아니라 양심을담담히, 그러나 또렷하게 전하게 하소서.서로를 나누는 혐오는 줄어들고서로를 살리는 연대가 커지게 하소서.욕심은 낮아지고 사랑은 깊어지고,대화가 사람을 세우는 따뜻한 힘이 되게 하소서.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희생시키지 않고 함께 숨 쉬는 생명의 나라,상생과 조화가 뿌리내린 평화로운 나라가 되기를 빕니다.붉은 말의 해답게우리가 두려움을 가르고정의의 길, 희망의 길을단단한 심장으로 달려가게 하소서.우리는 더 큰 우주의 일부이고 서로에게 서로의 별입니다.한 사람의 양심에서 시작된 작은 빛이이 땅 전체를 밝히고,지구별을 더욱 따뜻하게 감싸는 희망이 되기를 기원합니다.오늘 이 마음을 품고 다짐합니다.숨 쉬는 모든 생명과 손을 맞잡고,지구별의 시민으로, 형제자매로,사랑이 길이 되고 행복이 숨결이 되는 삶을끝내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제목 구유 앞에서 드리는 성탄구유 앞에서 드리는 성탄 기도오늘 밤,가장 낮은 자리까지 내려오신 주님 앞에조용히 마음을 엽니다.구유 속에 피어난 작은 빛 하나가세상의 어둠을 깨우며희망의 숨을 불어넣습니다.세상의 바닥이라 불리던 자리,아무도 굽어보지 않던 그곳에당신이 누워 계십니다.그래서 우리는 압니다.버려지고 잊힌 이들 곁에언제나 먼저 와 계신 분이바로 우리 주님이심을.아기 예수님,고요한 미소 앞에서우리의 두려움과 소란을 내려놓습니다.무관심 대신 연대를,침묵 대신 진실한 용기를,이기심 대신 나눔의 길을다시 배우게 하소서.상처받은 지구와울고 있는 가난한 이들,평화를 잃은 형제자매들과 함께당신의 나라를 꿈꾸게 하시고,작고 보잘것없는 사랑 하나라도더 심어세상을 바꾸는 씨앗이 되게 하소서.오늘 밤, 우리는 고요히 기도합니다.주님, 제 마음도 구유처럼 비워당신을 모실 자리를 마련하게 하시고,이 빛이 내일의 새벽까지 이어져세상과 형제들을 향한따뜻한 발걸음이 되게 하소서.아기 예수님,오늘 당신 안에서우리가 다시 사람을 믿고,세상을 희망하며,지구별 안녕을 노래하며사랑으로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소서.
천국에도 휴가가 있다면1절 아버지아버지 얼굴만 떠올라도두 눈에 차오르는 그리움천국에도 휴가가 있다면하루만 지상으로 오신다면하룻밤만 머물 수 있다면후렴하늘땅만큼 크신 부모님 사랑이제야 알게 되어 미안하다고기쁘게 다시 만날 그날 위해그리운 사람오늘도 사랑하고내일도~ 더 사랑하리황토방 장작 군불 지펴 놓고쌀밥 짓고 갈치를 굽고지글지글 된장국 올려놓고주룩주룩 장대비 맞으며아버지 오실까하염없이 대문을 바라보리후렴하늘땅만큼 크신 부모님 사랑이제야 알게 되어 미안하다고기쁘게 다시 만날 그날 위해그리운 사람오늘도 사랑하고내일도~ 더 사랑하리2절 어머니어머니 이름만 불러 봐도가슴 뜨겁게 번지는 사랑천국에도 휴가가 있다면하루만 지상으로 오신다면하룻밤만 머물 수 있다면후렴하늘땅만큼 크신 부모님 사랑이제야 알게 되어 미안하다고기쁘게 다시 만날 그날 위해그리운 사람오늘도 사랑하고내일도~ 더 사랑하리황토방 장작 군불 지펴 놓고쌀밥 짓고 갈치를 굽고지글지글 된장국 올려놓고소복소복 함박눈 맞으며어머니 오실까하염없이 마당을 서성이리후렴하늘땅만큼 크신 부모님 사랑이제야 알게 되어 미안하다고기쁘게 다시 만날 그날 위해그리운 사람오늘도 사랑하고내일도~ 더 사랑하리
제목 따뜻한 김장 ㅡ독거어르신따뜻한 김장ㅡ독거어르신 나눔잔치한여름 숨막히는 폭염 속에서도모종을 심어 올린 땀방울그 오랜 숨결이 배추 포기마다노란 속살로 차올랐다.햇살도, 바람도,흙의 묵은 마음도그 속에 조용히 기도처럼 깊어졌다.배추 잎을 젖히고붉은 양념을 묻히는 순간마다사람을 향한 마음이또렷하게 내려앉는다.말하지 않아도 아는 마음.기도가 그렇듯소리 없이 깊어지는 정이다.햇살 가득한 오후,누구도 높지 않고누구도 낮지 않다.흙 씻은 손, 바람에 흔들리는 옷깃,작은 숨 하나까지마치 한 몸처럼 한 그릇에 모인다.갖은 양념이 배추 속으로 스며들 듯우리네 인생 고단한 노래에도따뜻함이 천천히 번진다.막걸리 사발이 돌고수육 한 점 김치에 싸 건네는사제의 따뜻한 손.그 손끝 하나에마당의 그늘도 부드러워지고,웃음은배추 속처럼 달고 환해진다.오늘의 김장은입가에 피어나는 미소들처럼겨울 내내조용히, 감칠나게 익을 것이다.그리고 그 익은 마음이어디선가 작은 밥상 하나를따뜻히 일으켜 세우리라.팔십 곳 넘는독거어르신들의 집에 놓일김치 한 상자.크지 않아도그 선물 하나가오늘 우리가 드릴 수 있는가장 맑은 사랑이다.나는 바란다.이 붉은 김치의 사랑이겨울 끝까지 식지 않고,차가운 어둠의 자리에도조용한 빛으로따스히 스며들기를.

제목 아버지께 드리는 마지막아버지께 드리는 마지막 인사— 도영 큰스님 영전에아버지를 만나참으로 행복했고, 깊이 존경하며 사랑했습니다.이제 상좌 신부가아버지의 영전에 마지막 인사를 올립니다.장대비 치던 여름날아버지를 떠나보낸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마음속 그리움은여전히 잔잔한 샘처럼 솟아오릅니다.그러던 어느 날, 전북종교인협의회에서아버지 같으신 스님을 만났습니다.그 만남 이후잃어버린 아버지의 손을 다시 잡은 듯따뜻한 인연이 조용히 제 안에 자라났습니다.제단 아래 드렸던이웃과 세상과 자연을 품겠다는 서약,스님께서 보여주신 자비의 삶을저는 마음 깊이 따라 걸어왔습니다.폭우로 물이 가득 차오르던 조립식 팔복동 성당에서신자들과 묵은 눈물까지 퍼내고 드렸던,그 수중미사는 제게 큰 은총이 되었습니다.얼마 뒤 조용히 찾아오신 스님은대중탕에서 제 등을 밀어주시고,따뜻한 식사 한 끼와 양복 한 벌을아버지가 주시듯 건네주셨습니다.그 손길 속에서오래 묻어두었던 ‘아버지’라는 온기가다시 제 안에 살아났습니다또 어느 날 인사동에서의 저녁,금일봉, 그리고 지금 제가 입고 있는 한복까지 품에 안겨 주시던—스님은 언제나 조용한 사랑으로 저를 일으켜 세우셨습니다.이 한복을 입을 때마다아버지를 위해 바치던 기도가 떠오릅니다.고희 선물로 받으신 다기를 제게 건네주시던 날,연푸른 차 향기 속에서저는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영혼까지 따뜻해지도록 마셨습니다.아버지…이제는 이승에서 부를 수 없는 이름이지만제 마음의 가장 고운 자리에늘 머물고 계십니다.제가 걷는 마지막 순간까지이 한복을 입고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의 곁을 찾아가겠습니다.아버지께서 생애로 보여주신 자비를조금이라도 닮고 나누고자제 삶을 온전히 회향하겠습니다.지구별 순례길에서아버지를 만나 참으로 행복했습니다.저승에서도 다시 만나이승에서처럼 따뜻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저는 더 낮은 자리에서,더 가난한 이들 곁에서,평화롭게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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